한 · 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한 양국 정부간 협상이 오늘 워싱턴의 1차 협상을 시작으로 본격화된다. 1974년부터 40년 기한으로 적용되고 있는 협정을 손질하기 위한 것이다.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이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재처리'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 협정을 개정해 하루빨리 해결책을 찾는 일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 정부는 핵연료 처리기술의 하나인 '파이로 프로세싱(건식처리공법)'공동연구를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은 협정개정 협상과 별도로 진행키로 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억지를 위한 공조에 나서는 상황에서 재처리를 위한 협정개정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따른 대응조치다. 물론 이 공법도 핵무기 전용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고 보면 우리 뜻을 관철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렇더라도 먼저 미국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과학적 · 경제적 타당성을 입증할 수 있다면 그런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든 파이로 프로세싱 공법의 활용을 위한 성과를 끌어내야 할 이유다. 무엇보다 우리 원전에 임시 보관중인 사용후 핵연료가 이미 1만t을 넘어 2016년 이후에는 더 저장할 곳도 없는 절박한 사정이다. 이런 상황을 미국이 납득하도록 전력을 기울이고 일본을 포함한 6개 원전 수출국가 중에서 우리만 핵연료 재처리가 허용되지 않아 불이익을 받고 있는 점도 집중 제기할 필요가 있다.

지난 7월 한 · 미 외교 · 국방장관 회의도 공동성명을 통해 새로운 원자력협정을 위해 노력한다고 명문화했다. 이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또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